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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국립현대미술관] 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 2023.9.14-2024.2.12

by 띵스띵스 2023.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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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료 덕수궁 포함
3,000원

1. 내 자신의 저항 속에 살며

장욱진의 첫 번째 고백, 여기서는 그의 학창 시절부터 중장년기까지의 작품들을 살펴본다. 그의 10, 20대 청년기 작품들은 고전색과 향토색이 짙게 느껴지는 조선적 모티프들이 주를 이루며, 흑백과 갈색의 모노톤으로 토속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30, 40대 장년기를 거치며 명도와 채도의 대비를 등해 시각적인 주목도를 높이고, 형태를 더욱 평면화, 도안화시키는 과도기적 양상을 보여준다. 이후 40,50대 중년기에 이르면 실존의 절대적인 형상으로서 뼈대나 윤곽만으로 대상을 조형화시키며 기호화된 형태들을 그린다. 그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물감층을 쌓아 만든 거친 질감의 마티에르가 점점 원근법적 공간을 지우며, 그림 표층의 질감을 긁어내는 방식으로 화면을 더욱 다양하게 조성하고 심미화 시키는 모습을 보여준다. 한때는 구상과 추상을 혼성한 반추상의 상태에서 더 나아간 순수추상화도 2년 정도 그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 뒤에는 더 이상 이러한 사조를 추구하지 않았으며, 1960년대 중반 즈음 되면 장우진 그림에 다시 형상성이 회복되며 졸박한 양식이 이어진다.
완숙한 장욱진 작품의 전형이 완성되기까지 "내 자신의 저항 속에 살펴" 장우진만의 독창적인 한국적 모더니즘이 창출되는 여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전시된 그의 작품들 뿐 아니라 전시장에 함께 진열된 장욱진 관련 아카이브들을 통해서도 유기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중장년기
(30~40대)

마을
Village
1957, 캔버스에 유화 물감, 리움미술관

이 시기에 그려진 장욱진의 작품들이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공간을 그린 것들이 많았다면, 이 작품은 비교적 구체적인 공간을 표현하고 있어 주목된다. 녹색조의 바탕 위에 화면의 하단에는 초가집을, 중앙에는 초록 들판, 상단의 야산으로 이어지는 수직적 구도를 유지하며 화가 자신으로 보이는 농부가 비록 집을 떠나 들에 나와 있지만 집에 머물고 있는 가족들과 연결되어 있는 유대감을 보여준다.

무제
Untitled
1977, 분청에 귀양, 음각 (유광조 도자), 개인소장

무제
Untitled
1977, 분청에 귀얄, 음각 (윤광조 도자), 개인소장


Jar
1949, 캔버스에 유화 물감, 국립현대미술관

배와 고기
Boat and Fish
1960, 캔버스에 유화 물감, 개인소장

나무 있는 풍경 / 들
Landscape with Tree /
Field
1965, 캔버스에 유화 물감, 고려대학교박물관

나무와 새
Tree and Bird
1957 캔버스에 유화물감, 개인소장


중장년기
(40-50대)

덕소 풍경 / 일출
Landscape of Deokso /
Sunrise
1963, 캔버스에 유화 물감, 개인소장

장욱진이 생활하던 덕소의 화실은 한강가
높은 언덕 위에 있었으며, 그곳에서 내려다보면 완만히 굽이도는 안개 낀 한강 물과 강가의 모래밭이 보이고, 건너편으로는 강마을이 보였다고 한다.
이 작품은 그러한 덕소의 풍경을 좀 더 추상화시킨 것이다. 희뿌연 푸른 하늘과 중천에 뜬 둥근 달, 아스라이 안개 낀 강가의 풍경을 두꺼운 마띠에르와 함께 표현하고 있어 그가 당시 추구했던 추상회화의 실험을 잘 보여준다.

월목/ 반월. 목
Moon and Tree / Halfmoon and Tree
1963, 캔버스에 유화 물감, 개인소장

무제
Untitled
1962, 캔버스에 유화 물감, 개인소장

물고기
Fishes
1964, 캔버스에 유화 물감, 개인소장

물고기의 내면과 외면이 대칭적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으며, 순수 추상 작품을 실험한 이후, 화면에 다시 구치적 대상이 등장한 작품으로 의미가 있다. 대상은 다시 재현되었지만 앵포르멜 식 화면 처리방식은 여전히 유효하여 두꺼운 표면의 질감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아이
Child
1957, 캔버스에 유화 물감, 개인소장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교수로 재직하던
시기(1954-1961)에 그려진 이 그림은 이야기가 있는 소재들을 아기자기하게
배치하던 이전 방식과 달리 하나의 소재에 집중하고 있다. 옅은 색조의 배경에 원, 사각형, 직선으로 표현된 기하 형태의 조형 방식은 당시 국내 화단에서 새롭게 부상한 추상표현주의나 앵포르멜 미술의 거칠고 비정형적인 조형 방식과 차이를 지닌다.
작품의 간결한 표현이 외견상 아동화나
파울 클레의 작품과 유사하게 보일 수 있으나, 화가의 단순한 조형성이 본질의 추구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점에서 이들 작품과는 거리가 있다.

바위
Rock
1960, 캔버스에 유화 물감과 연필, 개인소장

집과 아이
House and Child
1959, 캔버스에 유화 물감,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바탕에 물감을 두텁게 빠르고 가는 도구를 이용하여 바탕을 긁어내며 대상을 묘사했다. 장욱진은 생전에 집을 네 번 직접 설계하고 지었을 정도로 집이라는 공간에 대해서 많이 고민했다. 때문에 장욱진의 작품에 등장하는 다양한 형대의 집에는 삶의 터전 이상의 의미가 부여되어 있다. 여기에서는 마지 살아있는 것처럼 집의 믿면에 다리를 그리고, 내부에는 할기찬 아이의 모습을 그려 넣어 강인한 생명력을 표현했다.

잔디
Grass
1973, 캔버스에 유화 물감, 국립현대미술관


2. 발상과 방법: 하나 속에 전체가 있다.

장육진의 두 번째 고백, 여기서는 그가 그림에 반복적으로 등장시키는 소재들을 자세히 들여다봄으로써 화가로서 어떠한
'발상을 했고, 이를 무슨 '방법으로 구성했는지 살펴본다.
그냥 보고 있는 것과 관찰해서 보는 것은 크게 다르다. 무엇보다 그가 그림 한 점을 그릴 때마다 선 하나에도 지나칠 만큼 엄격했다는 사실을 안다면 장욱진의 작품을 감상하는 태도가 조금은 더 진지해져도 되지 않을까?
이 전시실에서는 장육진 회화의 대표적 모티프 가운데 까치, 나무, '해와 달을 선정해 각각의 소재들이 지니는 상징성과 의미가 무엇인지, 도상적 특징은 어떻게 변모되어 전개되었는지를 살펴본다. 전시장에 가득한 까치'는 그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였고,
'나무'는 그의 온 세상을 품는 우주였으며, '해와 달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영원성의 매개체로서 결국 모든 것이 하나임을 보여주려 한 장육진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한편, 그림의 구성과 의미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소재를 통해 그림의 의미를 분석해 보았다면, 각각의 소재들을 활용한 구성 방식 또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다양한 상징성을 지닌 각각의 소재들은 작은 그림들 속에서 자유롭게 변주되어 조형적 완결성을 매듭짓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들 소재들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어떻게 단 한 점도 똑같은 그림이 전해지지 않을 수 있는지,
'콤포지션'이란 코너를 따로 마련하여 그가 고민했던 작품의 발상과 방법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장육진의 그림 읽기 법 혹은 감상법을 통해 장욱진 그림의 내용을 더 많이 이해하고 그의 고백을 진지하게 볼 수 있기를 바란다.

까치
Magpie
1987, 캔버스에 유화 물감, 개인소장

마을과 아이
Village and Child
1976, 캔버스에 유화 물감, 개인소장

작품에서 위아래의 구분은 사라지고 어느 쪽도 땅인 동시에 하늘이 된다. 팔을 벌리고 누워있는 장소는 땅과 하늘도 아닌 제상의 공간이 된다. 장욱진의 작품 세계에서 누위 있는 사람은 보동 휴식의 모습으로 그려졌으나, 이 작품에서는 휴식뿐만 아니라 자유로움과 유유자적함의 정서를 동시에 담고 있다. 이러한 정서는 1978년 마커펜으로 그린 봉황에서도 확인된다. 사람이 봉황으로 바뀌었을 뿐 기본 구성이 동일하다는 점에서 누워 있는 사람은 봉황으로서의 상징성을 공유한다.

마을
Village
1984, 캔버스에 유화 물감,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나무
Tree
1985, 캔버스에 유화 물감, 개인소장

나무
Tree
1986, 캔버스에 유화 물감, 개인소장

배경의 어두운 색과 나무의 연두색이 청명한 대조를 이루는 작품이다. 묘사를 극히 절제한 움직임이 없는 구도에 적막감이 강하게 느껴진다. 그 가운데 마치 나무는 지구가 되어, 지구 위에 얹혀 있는 집 안의 사람만이 미세한 움직임과 소리를 가진 듯하다. 나무 아래에 동시에 떠 있는 해와 달은 실제 나무가 지구이자, 대지로 해석될 수 있음을 반증하며, 24시간 시간의 영속성을 보여준다.

월조
Moon and Bird
1968, 캔버스에 유화 유감, 개인소장

나무와 정자
Tree and Pavilions
1977, 캔버스에 유화 물감, 개인소장

장육진의 [현대문학] 표지화
게재기간: 1965.9 - 1995.5. (총 16회)
국립현대미술관, 한양대학교 백남학술정보관

새와 나무
Bird and Tree
1961, 캔버스에 유화 물감, 개인소장

까치
Magpie
1958, 캔버스에 유화 물감, 국립현대미술관


3. 진 진 묘
장육진의 세 번째 고백, '참으로 놀라운 아름다움'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의 첫 불고 관련 작품인 <진진묘>로 시작되는 세 번째 전시실에서는 장육진의 불교적 세계관과 철학적 사유를 살펴본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진진표'는 장육진의 부인 이순경 여사의 법명이다. 아내를 보살상으로 표현할 정도로 존중하고 가족을 귀하게 여겼던 장우진은 하다못해 동물을 그려도 동물 가족'을 그렸다. 가족도, 동물도 모두 소중한 인연으로 함부로 대하는 법이 없었던 그의 마음가짐과 태도는 불고적 세계관에 기반한 것이다.

그와 불교와의 인연은 청년기부터 여러 에피소드가 언급되지만, 실제로 불교적 세계관이 반영된 작품이 등장한 것은 1970년대부터이다. 먹그림 역시 이 시기부터 그려지기 시작했다.
전시된 그의 먹그림들은 장욱진의 불교 인식과 태도가 딱히 종교적인 것은 아니었을지라도 적어도 예술이라는 개념에서 깨달음의 과정'이자 깨달음의 표현'이었음을 말해준다.

풍경
Landscape
1984, 캔버스에 유화 물감, 개인소장

사람
Man
1962, 캔버스에 유화 물감,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무제 -강 풍경
Untitled - River Landscape
1982, 종이에 먹, 개인소장

무제 - 열반
Untitled - Nirvana
연도 미상, 종이에 먹, 개인소장

가족
Family
1979, 캔버스에 유화 물감,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아이 / 인생
Child / Life (figure)
1972, 캔버스에 유화 물감, 개인소장

목판화 <아이> 원판
Woodcut Plate of Child
1980, 나무, 양주시립장육진미술관

무제 - 용
Untitled - Dragon
1988, 종이에 먹, 개인소장

무제
Untitled
1983, 종이에 먹, 개인소장

사슴
Deer
1979, 종이에 먹, 개인소장

무제 - 부처
Untitled - Buddha

무제
Untitled
1979, 종이에 먹,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먹그림 병풍
Painting on Folding Screen
1981년경, 종이에 먹, 병풍, 개인소장

선면화
Painting on Fan
1981, 종이에 먹; 부채, 개인소장

좌측
가족도
Family
1972, 캔버스에 유화 물감,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우측
가족
Family
1955, 캔버스에 유화 물감, 국립현대미술관

진진묘
Zinzinmyo: My Wife's Buddhist Name
1970, 캔버스에 유화 물감, 개인소장


4. 내 마음으로서 그리는 그림
장욱진의 네 번째 고백, 여기서는 그의 1970년대 이후 곧 노년기를 살펴본다. 흔히 이야기하는 수안보 시기부터 용인(신갈) 시기까지의 작품들이다. 장욱진은 평생 730여 점의 유화를 남겼다. 그 가운데
80퍼센트에 달하는 580여 점이 이 마지막 15년 동안 그려진 것이다.
실제 1973년 전후로 그의 작품에서는 1960년대까지 주를 이루던 강한 마티에르가 더 이상 등장하지 않는다. 그림의 색층을 더욱 얇아지고, 수묵화나 수채화처럼 묽은 물감이 스며드는 듯한 담담한 효과를 유지한다. 마치 먹으로 그린 동양화를 캔버스에 옮겨 놓은 듯한 느낌을 자아내는 것이다. 또 민담이나 고사 같은 이야기나 조선시대 문인화에서 보았던 소재들도 새로이 등장하며, 고구려 고분벽화나 민화를 연상시키는 화법을 보여주기도 한다.

국제 - 도인
Untitled - An Immortal
1978, 백자에 청화 (신상호 독자), 개인소장

차 달이는 아이
Boy Brewing Tea
1981, 캔버스에 유화 물감, 개인소장

무제 -강풍경
Untitled - River Landscape
1982, 백자에 청화, 개인소장

누워 있는 아이
Boy Lying on the Ground
1974, 캔버스에 유화 물감, 개인소장

도인
Immortals
1978, 캔버스에 유화 물감, 개인소장

세 그루 나무
Three Trees
1987, 캔버스에 유화 물감,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나무와 산
Tree and Mountain
1983, 캔버스에 유화 물감,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관어당 편액 탁본
Hanging Board of
Gwaneodang (rubbing)
1987, 종이에 탁본, 개인소장

생전 사용하던 던힐 파이프

가로수
Roadside Trees
1978, 캔버스에 유화 물감, 개인소장

장욱진의 고향 인근의 국도의 풍경을 그린 그림으로 알려져 있다. 가로로 길게 뻗은 국도와 세로로 우뚝 솟은 포플러 나무 세 그루가 수평과 수직의 대조를 이루며 화면에 긴장감을 부여한다. 가로수 아래에는 엄마, 아빠, 아들로 추정되는 가족이 서 있고, 그 뒤를 강아지와 소가 따르고 있다. 가로수 위에 엉뚱하게 표현된 가 옥과 누정은 멀리 보이는 마을 같기도 하고, 3인 가족이 머물고 싶은 상상의 집 같기도 하다. 이러한 독특한 구성과 표현 때문인지 이 작품을 소장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무척 많아 유족이 이 그림을 일부러 숨겨 둘 정도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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