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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BHAK 갤러리] 윤형근:흙갈피 2023.3.2 - 4.8

by 띵스띵스 2023.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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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른 대상의 재철이나 장식이 없는 윤청근의 그림은 캔버스 위로 물감을 적신 붓이 지나간 흔적과 같다. 유사하면서도 저마다 다른 붓자국의 형태는 윤형근이 물감을 오일(테레빈/ 린시드)에 풀어 어떻게 칠하고 말리기를 반복 하느냐에 따라 각기 형상화된 결과다.
일반적으로 윤형근의 작품 양식은 세가지로 설명된다.

먼저는, 70년대 초 활동 초기에 장인 김환기(1913-1974)의 화풍을 엿 볼 수 있는 색면 추상이고, 다음은, 70-80 년대에 농도와 번짐이 강한 두세개의 기둥과 그 사이의 여백으로 구성된 천지문(초*P))
양식이고, 마지막은 번짐은 절제되고 먹빛에 가까운 검은 기둥면이 강조된 90 년대 작품이다.

이 단순한 조형 언어는 윤형근이 한결 같이 유지했던 양식으로서, 이는 작가가 구축한 고유한 화풍을 나타낼 뿐 아니라 작품과 결부된 화가의 인생을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시각 요소다.
많은 화가들의 작품처럼 윤형근이 캔버스에 붓으로 그리던 그 무엇
역시 현실에 깊숙이 관여된 것이었다.

Burnt Umber 94-66, 1994, Oll on linen, 220 x 364 cm

Burt Umber, 1981, Oil on hanji, 91 x 60 cm

Blue Umber, 1977, Oil on linen, 30.5 x 99.6 cm

Blue Umber, 1978, Oil on linen, 54 x 68 cm

Blue Umber, 1992, Oil on linen, 91.2 x 73 cm

Burnt Umber & Ultramarine Blue, 1997, Oll on linen, 91 x 117 cm

Burnt Umber & Ultramarine Blue, 1999, Oll on linen, 61 x 91 cm

윤형근은 하얀 캔버스 대신 누런 마포 천을 캔버스 살아, 다색(Umber)과 청색(Ultramarine-Blue)을 땅과 하늘의 색이라 명명하며 그림에 끌어들였다. 그는 작업실 바닥에 캔버스를 놓고 분풀이를 하듯 위에서 아래로 물감을 반복해서 그어댔다.

그의 작품에 새겨진 흥건한 붓 자국은 흙 속에서 뻗어 나오는 절규 같기도, 아지랑이처럼 번진 붓 자국은 흐느끼는 울음 소리 갈기도, 화면을 가득 채운 검은 붓자국은 고통에서 마침내 해방된 침묵의 소리 같다.
이처럼, 윤형근의 붓질이 만든 흔적은 그가 걸어온 삶의 궤적을 보여준다. 그는 그림으로 당시의 현실에 저항하고 내면의 고통과 슬픔을 애도하였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윤형근이 세상을 바라보는 근원적인 시선에 바로 자연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윤형근은 땅에 뿌리를 내렸던 나무가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자연의 모습을 목도하며 자연의 신묘함과 영적인 깨달음을 체험하였고, 이를 자신의 삶과 예술을 창조하기 위한 재료로서 사용하였다.

흙벽과 어우러지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던 윤형근의 말처럼, 90 년대에 제작된 작품은 땅으로 귀결하고자 하는 그의 예술의 핵심을 더욱 잘 드러낸다.

윤형근의 후기 작품에는 불기둥처럼 솟아 오르던 기둥들이 캔버스에 잠잠히 가라 앉은 모습이다.
울분으로 얼룩져 있던 붓 자국, 땅과 하늘의 사이를 의미하는 천지문 구도는 거의 사라졌다.
마포천 위에는 정제된 흑색 기둥만 존재한다.
화면에 자연스레 스며든 흑색 기둥은 하늘과 땅의 경계를 흐리며 캔버스와 한 몸이 되어 지평선처럼 고요히 펼쳐져 있다.

Blue Umber, 1975. Oil on linen, 60.6 x 45.5 cm

"잔소리를 싹 빼고 외마디 비명을 지르는 그림" 이 말은 윤형근이 생전 인터뷰에서 자신의 그림을 평가한 내용으로, 자신의 그림과 대조적으로 장인 김환기의 그림은 "잔소리가 많고 하늘에서 노니는 그림" 이라고 하였다.
이처럼, 윤형근의 삶과 예술이 뿌리 내리고 있는 곳은 하늘이 아니라 땅'으로 향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에게 땅은 물리적, 정신적 대상으로서 다중적인 장소였던 것 같다.

그에게 땅은 먼저 현실에서 발을 딛고 있는 땅과 과거 예기치 못하게 맞닥뜨린 비극의 죽음을 의미한다.
다음은, 모든 만물이 회귀하는 장소로서의 땅과 미래의 죽음을 뜻한다. 그리고 마지막은,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과 자연을 닮아 있는 윤형근의 그림을 일컫는다.
바로 이러한 땅의 흔적들, 윤형근이 남긴 삶과 예술의 흔적으로서의 예술을 전시명 '흙갈피 Unber mark 는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BH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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