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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국제갤러리] 이승조 개인전 2022.09.01 - 10.30

by 김띵아 2022.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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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조(1941-1990)는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회화를 선도한 화가로, 모더니즘 미술의 전개 과정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한다. 1967년 처음 선보인 <핵> 연작으로 기하추상 화풍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고, 이후 작고하기까지 20여 년간 일관되게 특유의 조형 질서를 정립하는 데 매진했다. 특히 1970년대 후반부터는 무채색의 전면회화를 전개하거나 한지와 같은 재료를 도입하는 등 단색화 움직임과의 연계성 속에 작업세계를 확장해 나갔다. 파이프를 연상시키는 원기둥 구조를 근간으로 하는 이승조의 회화는 현대문명을 상징하는 동시에 평면성과 입체성, 추상과 구상을 넘나드는 환영감을 불러일으키며 시각성의 본질적 문제를 제기한다. 물질의 기본 요소를 의미하는 '핵'으로 명명된 이승조의 작품은 순수하게 회화적인 것에 대한 작가의 심도 깊은 고찰의 응결체로서 모더니즘 추상회화의 본질을 드러낸다.

Nucleus 88-10 1988, oil on canvas 112 x 145.5 cm
Nucleus 1986, oil on canvas 54.5 x 70 cm
Nucleus G-99 1968, oil on canvas 162.2 x 130 cm
Nucleus F-90-G7 1970, oil on canvas 160.5 x 126.5 cm
Nucleus PM-76 1969, oil on canvas 161.4 x 161.5 cm
Nucleus 10 1968, oil on canvas 129.5 x 130 cm
Nucleus 1968, oil on canvas 173.7 x 130.9 cm
Nucleus 74-07 1974, oil on canvas 145 x 145 cm
Nucleus 75-10 1975, oil on canvas 146 x 146 cm

이승조의 가장 대표적인 모티프로 알려진 '파이프' 형상이 처음 등장한 것은 그로부터 4개월 후, <핵> 연작의 열 번째 작품을 통해서였다. 마스킹테이프로 캔버스에 경계를 지정한 뒤 납작한 붓으로 유화를 입히는데, 붓의 가운데 부분에는 밝은 물감을 묻히고 양쪽 끝에는 짙은 색 물감을 묻힘으로써 각 색 띠의 한 면을 한 번에 그을 수 있었다. 이러한 붓질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색 간의 경계가 사라짐과 동시에 그라데이션이 생겨나 3차원적 입체감이 형성되는데, 색을 철한 후 작가는 사포질을 통해 화면을 갈아 윤기를 내어 금속성의 환영을 더했다.

Nucleus 86-27 1986, oil on canvas 227 x 182 cm
Nucleus 1987, oil on canvas 130 x 97 cm
Nucleus 87-99 1987, oil on canvas 200 x 400 cm
Nucleus F-77 1971, oil on canvas 145 x 145 cm

"나를 '파이프 통의 화가'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별로 원치도 않고 또 싫지도 않은 말이다. 구체적인 대상의 모티프를 전제하지 않은 반복의 행위에 의해 착시적인 물체성을 드러내고 있음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물론 현대문명의 한 상징체로서 등장시킨 것도 아니다."
작가가 밝히듯 이승조의 회화에서 반복되는 파이프 적인 형태는 구체적인 사물의 연상도 연장도 아니다. 이를 어디까지나 회화의 소재로서의 선과 색채의 양상들로 읽어야 한다고 강조한 평론가 이은 이승조가 "조형의 기본원리인 규칙적인 반복의 질서를 통해 클레멘트 그린버그Clement Greenberg가 말하는 '자기환원적 추상', 다시 말해서 '탈회화적 추상'의 세계를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제시한 것"이라 정리하기도 했다.

Nucleus 89-20 1989, oil on canvas 145 x 89.5 cm

좌측부터

Nucleus 78-24
1978, oil on canvas
162 x 131 cm

Nucleus 78-23
1978, oil on canvas
162 x 130.5 cm

Nucleus 78-25
1978, oil on canvas
162 × 130.5 cm

Nucleus 78-26
1978, oil on canvas
162.5 x 130.5 cm

Nucleus 85-21 1985, oil on canvas 199 x 299.5 cm
Nucleus 88-89 1988, oil on canvas 200 x 318 cm
Nucleus 76-1 1976, oil on canvas 116.5 x 91 cm
Nucleus 1976, oil on canvas 116.5 x 91 cm
Nucleus C 1976, oil on canvas 116 x 91 cm
Nucleus 80-10 1980, oil on canvas 107.5 x 157 cm
Nucleus 78-27 1978, oil on canvas 161.5 x 130.5 cm
Nucleus 90-10, 90-11 1986-1990, oil on canvas 229.5 x 699 cm
Nucleus 1984, oil on canvas 193.5 x 224 cm

좌측부터

Nucleus 78-20
1978, oil on canvas
128.5 x 500.5 cm

Nucleus 78-21
1978, oil on canvas
128.5 x 500.5 cm

6 Nucleus 88-19 1988, oil on canvas 195 x 132.5 cm

이승조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 "아플로 우주선 발사로 새롭게 우주의 공간 의식에 눈뜨고부터 시작한 이 작업이 작가인 내가 살고 있는 시대를 표현하는 데 가장 적합한 것 같아" 끊임없이 매진하고 있다고 소회한 바 있다. 이런 작가에 대해 훗날 유족은 "수학도 모르면서 속도와 확장성은 꿰뚫었던 사람"이라 소개한다. 각 시대가 그 이전 시대에 비해 이룬 진보란 새로운 과학기술이 담보하는 가속화의 결과라 보았던 작가이자 철학자 폴 비릴리오Paul Virilio는 속도를 집단 경험이 펼쳐지는 매체이자 그 경험의 역사적 역동을 밑받침 하는 핵심 원동력이라 진단하며, 속도는 “도착지인 동시에 운명"이라 단호히 정의한 바 있다. 기술문명의 현대화를 화폭 안에 소화해내며 이 운명을 기꺼이 받아들였던 이 화백은 그의 말년에 4m 이상의 폭에 달하는 대작을 그리며 자신의 우주를 무한히 확장해 나가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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